야식 땡겨서 편의점 갔다왔는데 진짜 개소름돋는 광경을 봄 ㅋㅋㅋ
때는 새벽 1시 좀 넘었나? 나 퇴근하고 집와서 씻고 넷플 틀었는데 갑자기 뭔가 짭잘한게 땡기는거임 ㅅㅂ 인생이 고달프니까 위장이 자꾸 기름을 찾더라. 그래서 냉장고 뒤져봤는데 시발 라면이랑 김치밖에 없어서 편의점으로 나감. 마침 우리집 앞이 CU라서 슬리퍼 질질 끌고 내려갔지.
근데 돌아오는 길에 분리수거장 쪽에서 휙휙 소리가 나더라고? 고양이인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려는데... 아니 시발 사람이 웅크리고 앉아있는거임. 그것도 우리집 바로 옆집 304호 남자.
여기서 잠깐 설명하자면 옆집 남자는 평소에 진짜 과묵하고 인사만 하는 스타일임. 30대 초반쯤 돼보이고 항상 검은 옷만 입고 다님. 나랑 마주치면 눈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정도? 한번은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뭔가 당황한 표정으로 자기 집 문 잠그는거 보고 '아 뭔가 사회성 부족한 개발자 스타일인가보다' 했지.
근데 그 남자가 지금 분리수거장 구석에서 치킨을 해체하고 있음 ㅋㅋㅋㅋㅋㅋ
아니 글자 그대로 해체임. 내 눈이 지금 장난하나 싶었는데 둘러보니까 바닥에 비닐 깔고 앉아서 통닭 한마리를 부위별로 분리하고 있는거. 가슴살, 다리, 날개 이렇게 가지런히 비닐봉투에 담고 있었음 ㄹㅇㅋㅋ
처음에는 내가 뭘 본건지 몰라서 그냥 멍하니 서있었음. 그 남자도 나 못본 척 하려는 눈치였는데 자기가 분리수거장 불빛 받으면서 닭다리 들고 있는 꼴이 좀 웃겼는지 결국 나랑 눈 마주치고 머쓱하게 웃더라.
아 시발 이때 내 표정 어땠냐면 그냥 '?...' 이었음.
그 남자가 그러더라고 "아... 이거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뼈랑 살코기 분리해서 버리려는 거예요.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양도 많고 냄새도 나고 해서..." 이러면서 변명하는데 내 속에서는 '아니 그럼 집에서 하면 되잖아 왜 분리수거장에서 하냐고 ㅋㅋㅋ' 이 생각밖에 안들었음.
근데 잠깐 생각해보니까 304호 남자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다 싶었음. 나도 자취 3년차라 알거든. 원룸에서 치킨 시켜먹고 뼈 처리하는거 은근 골치아픈 일임 ㅇㅈ? 일반봉투에 넣으면 국물 줄줄 새고, 음식물인지 일반쓰레기인지 헷갈리고, 결정적으로 다음날 아침에 그 봉투 열어보면 냄새가 ㅅㅂ 지옥임. 근데 이 양반은 그걸 현장에서 바로 해체해서 부위별로 정리하고 있었던거지. 게다가 뼈는 따로 모아서 소분해서 버리면 종량제 봉투도 아끼고 냄새도 덜 나고 개이득임.
근데 ㅋㅋㅋㅋ 그래도 분리수거장은 아니잖아 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와서 "아 네... 수고하세요..." 이러고 집으로 튀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그 장면이 자꾸 아른거림. 분리수거장 퀴퀴한 냄새 속에서 조용히 치킨 해체하던 그 남자... 마치 범죄현장에서 증거인멸하는 전문가 같았음 ㅋㅋ 아니면 넷플 다큐에 나오는 냉혹한 시체처리반? 내가 요즘 범죄물 너무 많이 봤나.
근데 사실 제일 웃겼던 건 그 남자가 해체하던 치킨이 뭔가 비싼데서 사온것 같았음. 포장지 보니까 동네 치킨집 말고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훈제치킨? 그런 고급진 비닐이었음. 자기는 편의점에서 고른 CU 핫바 하나 들고 서있던 내 모습이랑 대비돼서 더 웃겼다 ㅅㅂ.
아무튼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기묘했던 야식 원정이었음. 앞으로 304호 남자 마주치면 나는 또 무슨 표정을 지어야 되는거지? 그냥 모른척이 답이겠지?
아 그리고 하나 깨달은건... 저 양반 치킨 뼈 처리하는거 보니까 진짜 프로페셔널하더라. 관절 따라서 뚝뚝 끊는게 ㄹㅇ 전문가였음. 부엌칼도 아니고 일회용 장갑끼고 맨손으로 하던데? 어디서 배운 기술인지 궁금하네 ㅋㅋㅋ
아... 근데 이 글 쓰다보니 또 배고프네. 나도 내일은 치킨 시켜먹어야겠다. 그리고 꼭 집 안에서 해체해야지. 분리수거장에서 하다가 누구한테 걸리면 진짜 개쪽이니까 ㅇㅈ?